지난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의원이 대거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부패한 보수정치에 대한 혐오와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당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물론 비록 당원은 아니라 하더라도 민주노동당에 신뢰와 믿음을 보내주었던 진보적인 지지층이 존재하고 있다. 적지 않은 진보적 여론 층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표명하였고, 그들의 적극적인 정치활동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원내진출 이후 그 활동력이 배가되고, 정치적 성과가 쌓이기 보다는 심각한 정체상태에 빠져 있어 당 안에서조차 ‘위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성 정당들처럼 ‘경쟁력 있는’ 출중한 후보를 갖지 못해서도 아니고, 국민들의 열망을 실현할 세련된 정책이 없어서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정책과 인물은 진보정당이 지향하는 정치 목표를 실현하는데 있어 부수적 요소에 불과하다고 판단한다.
세상을 놀라게 했던 수많은 정치혁명들은 세련된 정책과 뛰어난 개인의 힘이었다기 보다는, 민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를 통해 민중의 힘을 조직하고 발동시켰기 때문이다. 그 동력은 오직 하나, ‘민중이 세상의 주인이다’ ‘민중에게 권력을!’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던진 헌신적인 노력과 진정성에 있었다. 그것이 세상을 바꾸고 정치를 바꾼 위대한 힘의 근원이었던 것이다.
‘정파의 이해관계’ ‘기득권의 고수’ ‘진보적 감수성의 상실’ 등 민주노동당에서 나타나고 있는 보수적이고 퇴행적인 경향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여전히 희망과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는, 적지 않은 국민들이 존재한다고 우리는 확신한다. 또한 그들의 마음을 다시 돌려 세워 진보정당에 대한 확신과 신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 우리는 현 시기 민주노동당의 위기와 정체를 훌륭하고 경쟁력 있는 후보, 세련되고 화려한 정책공약으로 돌파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오로지 민주노동당 그 자체의 뼈를 깎는 혁신과 노력, 국민들과 교감하고 소통하기 위한 지난하고 헌신적인 실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불과 4개월도 남지 않은 17대 대통령 선거.
정치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이 시점에 우리는 민주노동당을 향해 ‘쓴 소리’를 내뱉고자 한다. 특정의 정치적 경향으로서가 아니라 진보정치를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의 정치적 대표체답게 우뚝 서는 것을 진정으로 바라는 당원의 입장에서 말이다. 우리는 특정 정파, 특정 후보를 향해서가 아니라 민주노동당 전체를 향해서, 바로 우리 스스로를 향해서 비판의 날을 들이밀고자 한다. 그러하기에 누구보다 민주노동당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실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