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07 13:39:29

 

박원순 서울 시장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선거가 끝나자 모든 언론들은 분석을 하기에 바쁩니다.
SNS의 혁명, 세대―계급투표 뚜렷, 넥타이에 이어 하이힐 부대 등장 등이 공통되는 내용입니다.
그 중에서 2040세대라는 말이 의미 있게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20대 청년에 대해서는 그 동안 많은 말들이 있었지요.
과도한 등록금 부담과 일자리 부족, 졸업하면서 빚쟁이 되는 현실 등이 지적되면서
가장 불쌍한 세대라는 연민이 퍼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그들은 개별적인 성향으로 말미암아 사회참여에 소극적이고,
집단적인 문제해결 방식보다 개인적인 스펙 쌓기에 몰두하면서 ‘나는 할 수 있어’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혀 정치적 무관심을 보이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번 서울 시장 선거에서 이들은 과감히 투표장에 달려가고 인증샷을 날리고
1% 정당에 대한 심판에 동참했습니다.
결혼과 전셋값, 아이들 교육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30, 40대 또한 더 이상 현실을 참거나
나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는 상황에 빠졌습니다.
2040 세대 투표라는 말 속에서 희망을 봅니다.
2008년 촛불의 주역들이었던 10대는 곧 20대가 될 것이고 40대는 50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년 선거에 더 큰 젊은 피가 작동할 것이라는 예감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또 하나의 특이점은 계급 투표라는 언어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계급이라는 말은 색깔을 띠고 있었습니다.
노동자, 농민을 한 편에, 다른 한 편에 지배자로서 자본가와 정부를 의미했지요.
그런데 이번에 쓰는 계급은 서민과 부자의 대립관계에서 서민들의 몰표가
박원순 시장 후보에게 갔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연회비 1억짜리 피부과에 다니는 후보와 전셋집에 사는 시민운동가 후보!
2:8의 사회, 1:9의 사회, 1%와 99%의 사회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빈부의 격차를
이제 서민들이 생활에서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미래를 낙관하기에는 사회 지표들이 너무 어둡습니다.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37분마다 1명씩, 하루에 43명이, 1년에 1만5천 여 명이 자살합니다.
자살한 사람의 영향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죄의식, 나도 같이 가고 싶다는 충동 등)권에 있는
6~8명의 자살 생존자들 (WHO의 기준).
또한 공식 통계에 잡힌 비정규직 노동자가 6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들 중 30% 정도가 대졸자들이며 월평균 임금은 134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이 돈으로 등록금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1억원을 뛰어넘는 전셋집을 구하기 위한
적금도 넣어야 하고, 정규직이 되기 위한 스펙 쌓기에 투자를 해야 하고
일상적인 소비를 해야 합니다.
과연 이 월급으로 생활이 가능할까요?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인생을 살더라도 가능할까요?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실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가 선거입니다.
그것은 주인 됨의 출발점입니다.
선거에 대해 더 많은 제도개선과 선출직에 대한 소환 권리, 주민참여가 확대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번에 퇴근 후 종종걸음을 치며 투표장으로 향하는 넥타이와 하이힐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꼭 주거지에서만 투표를 해야 하지?
정보통신이 뛰어나게 발달한 대한민국에서?
모든 투표소에서 신원 확인만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한다면 더 많은 국민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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