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아동·청소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심리 정서 지원을 위해 지난 10월 19일, 희망연대노동조합과 강동희망키움네트워크(이하 키움넷), (주)씨앤앰, 강동구청이 상호교류 협약을 체결했다.

키움넷은 강동시민연대, 강동송파교육희망네트워크, 강동희망나눔센터, 열린사회강동송파시민회, 어린이책시민연대강동지회, 천일어린이도서관웃는책, 한살림동부지부, 강동지역아동복지센터 등 8개 단체가 참여하는, 일종의 지역사회단체연합이다. 키움넷의 아동·청소년을 위한 ‘심리·정서적 지원 몸 튼튼 마음 튼튼 사업(이하 튼튼사업)’의 재정지원을 씨앤앰 노사 공동의 사회공헌기금을 하기로 하고 행정지원은 강동구청에서 담당하기로 협약한 자리였다.

여기에 참석한 정광호 (주)씨앤앰 상무는 축사를 통해 “취약계층 아동들이 미래의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해식 강동구청장이 “노사관민이 협력하는 의미 있는 사업에 강동구청이 함께 하게 되어 뜻깊다”며 “행정지원뿐만 아니라 재정지원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노사공동으로 사회공헌기금 3억 마련한 씨앤앰
튼튼사업은 (주)씨앤앰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을 통해 조성한 3억원의 노사공동사회공헌사업기금 중 일부를 지원받게 된다. 정광호 (주)씨앤앰 상무는 “지난 2007년부터 매년 3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마련해 지역아동센터, 다문화가정의 아동, 어린이 야구단 등을 지원해 왔다”고 밝힌 것처럼 (주)씨앤앰의 사회공헌사업은 2007년에 시작됐다.
각 지역방송사를 통합 인수한 씨앤앰을 다국적 기업 맥쿼리가 매수하면서부터다. 이른바 ‘먹튀’로 표현되는 사모펀드 맥쿼리가 인수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맥쿼리로의 최대주주변경을 조건부로 인가했다.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몇 가지 조건을 달았는데 그 중 하나가 “향후 5년간 지역사회 공헌 사업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시작된 사측의 사회공헌사업은 각 지원 기관에 연간 500만원씩을 전달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지인웅 희망연대노조 씨앤앰 지부장은 “이전보다 좀 더 호혜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실천해보자는 취지에서 올해 임단협 조항에 노사공동사회공헌사업의 내용을 넣었다”고 전했다.
이에 정광호 (주)씨앤앰 상무는 “처음에는 임단협에 참석한 회사 간부들 모두 의아했었다. 굳이 임단협 조항에 넣을 필요가 있냐는 의견들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변경해야하는 이유가 없었다”고 초기 사측 분위기를 전했다. 노조 측이 지역사회공헌사업의 투명성을 역설하자 사측은 마음을 바꿨다. 정 상무에 의하면 “이미 진행해오던 사업비 중 일부를 용도변경하자는 것이었고 (사측이) 재원을 제공하면 노조 측이 실행한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사측의) 실무가 더 복잡해질 것이 없어보였다. 무엇보다 다양한 곳에 기금이 쓰일 수 있다는 생각에 임원들이 동의했다”며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노사공동사회공헌사업이 임단협 조항에 명시되어 지속성, 공정성,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향후 5년’으로 한정되어 있던 사회공헌기금의 기한에 대한 지속성을 보장받았다. “30억원의 불투명한 사용처를 3억원에 대해서만이라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하자”는 노조 측의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조합원과 그 가족이 함께 하는 지역연대
이에 김하늬 희망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은 “희망연대노조는 처음부터 지역사회와의 호흡을 지향해 왔다”고 전했다. “조합원들이 ‘우리 조합’이나 ‘나’가 아닌 다른 사람, 다른 조합을 생각하는 마음이 넓다. 하지만 사업장, 노조에서는 사회변혁을 위해 싸우지만 실제 가정생활, 자녀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이 사회 기득권의 논리에 젖어 살아야 하는 이중적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 사업장에서의 투쟁과 생활문화를 일치시키자는 것이 희망연대노조의 설립 목적이다.”
이제 씨앤앰지부에서부터 첫발을 뗐지만 가야할 길은 멀다. 조합원들이 지역연대사업에 흔쾌히 동의했지만 아직 지역연대단체의 프로그램에 함께 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직장인들이 지역연대사업에 일상적으로 결합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게다. 김진규 씨앤앰지부 부지부장은 “조합원들이 지역사회단체의 교육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서로 배우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교육하는 시간대가 근무시간과 겹치는 경우는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진규 씨앤앰지부 부지부장
이후 사업을 진행하면서 직장인들의 한계를 넘어설 방법들을 찾아낼 계획이다. 벌써부터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아이 둘의 엄마이기도 한 김은선 희망연대노조 조합원은 키움넷 프로그램 중 ‘책읽어주기모임’ 1회 차에 참여했다. “첫번째 모임이어서 책읽어주기의 의의를 공유하는 정도였지만 앞으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어줄 것인지를 실습해보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책읽어주는 모임에 대한 앞으로의 기대를 내비쳤다. 그와 함께 “책은 누구나 읽어줄 수 있기 때문에 세대 간 소통을 촉진하는 매개로서도 의미있다”며 “조합원들이 근무시간 때문에 힘들다면 그들의 아내 중 전업주부인 사람들이 참여하는 방안도 있겠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지역연대사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중심사업은 아동청소년 심리정서치료
키움넷은 ‘심리치료 및 솔루션위원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희망연대노조와 키움넷의 최초 접점이기도 했다. 강동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지역사회전문가와 함께 저소득층 아동들의 심리 및 정서를 치료하기 위한 키움넷을 구성하려고 하던 올해 4월이었다. “희망연대노조로부터 재정지원을 해주겠다는 연락이 와서 키움넷 구성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최형숙 키움넷 코디네이터(총괄책임자)가 전했다.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동이 각 지역아동센터별로 한 두 명 씩은 있다. 김하늬 국장의 경험담을 전했다. 김 국장이 지역사회단체와의 회의를 위해 성북 지역의 아동센터를 방문했던 어느 날, 한 아이가 다가오더니 “전기기타를 칠 줄 안다”고 자랑하더란다. 그 말을 들은 담당교사가 “그것은 거짓말이고 평소에도 리플리 증후군(자신이 바라는 세계만을 진짜라고 믿고, 자신이 실제로 발을 딛고 사는 현실을 오히려 허구라고 판단하는 정신질환)이 의심될 정도로 거짓말을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 아이가 거짓말 하는 이유로 가정폭력과 가정내 소외를 들었다.

▲김하늬 희망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
빈곤한 가정형편으로 관심과 애정은 두 살 터울의 언니에게 편중되었고 모범생 언니와의 끊임없는 비교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얘기다. 이 아이는 지난 9월부터 성북아동청소년네트워크의 아동심리정서치료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다.
심리정서치료가 필요한 아동들은 주로 빈곤가정, 조손 및 한부모 가정 등의 아이들로 가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아동들의 심리 및 정서 치료를 하려면 오랜 시간과 만만치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부모도 치료과정을 함께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그런 치료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정부지원은 부족한 상태였다. 키움넷은 이제 씨앤앰 노조의 재정지원으로 아이들의 장기적인 치료가 가능해졌고 아동 및 부모를 이끌어 줄 멘토를 1대1로 연결시킬 수도 있게 됐다. 앞서 언급한 성북아동청소년네트워크는 씨앤앰노사공동사업의 지원을 받아 아동심리·정서치료를 이미 9월 1일부터 시작했다. 35명의 아동이 심리 치료에 들어갔고 인원을 점점 더 늘릴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아이들을 치료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을 우려하기도 한다. 단지 개성이 강할 뿐인 아동을 문제가 있는 학생으로 낙인찍어 상담 및 약물 치료를 하는 것보다는 다름을 인정하는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살게 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에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주체성과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고 그것을 발현시킬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다 넓은 범위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형숙 키움넷 코디네이터는 이런 문제제기를 고려하여 “아동의 정서, 심리 치료 프로그램이 안정화 되면 보다 많은 아동들의 재능개발 프로그램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성북아동청소년네트워크가 색다른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올 겨울에 시행할 ‘생태평화인권교육’이 그것이다. 노동자들의 지역연대임을 고려해 생태, 평화, 인권 외에도 노동의 즐거움, 필요성 노동인권 등의 내용이 반영된 프로그램이다. 노동인권교육은 씨앤앰지부가 맡는다. 이 프로그램엔 아동뿐만 아니라 그 부모들이 참여하고 1박 2일 혹은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씨앤앰지부와 성북아동청소년네트워크는 이 사업이 올 하반기엔 1회성으로 그치지만 내년 상반기부터는 일상적, 정기적으로 운영하기 여러 가지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송민기 성북아동청소년 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시작은 반, 경험을 축적하는 계기로
씨앤앰노사공동사업은 여러 사업 중 ‘아동을 향한 사업’을 택했다. 김진억 희망연대노조 위원장은 “지역연대사업을 시작하는데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보다는 조금이나마 경험이 있는 분야를 선택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운동을 시작하기 전 성동지역에서 야학활동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 때 알았던 사람들과의 소통을 여전히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교육분야를 지역연대의 시작점으로 택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야학활동을 할 때부터 알고 지내온 지인이 서울지역아동센터협의회(이하 서지협)를 소개해 주었고 서지협에서는 노동운동에 거부감이 없고 지역단체와의 소통이 활발한 아동센터가 많은 지역으로 강동, 성북, 구로, 남양주 등지를 추천해주었다. 공교롭게도 이 지역들은 씨앤앰 사업장이 많이 분포된 곳이기도 했다.
지인웅 씨앤앰 지부장은 “조합원들도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면서 함께 배울 수 있고 지역사회단체 풀뿌리운동의 역량 강화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조합원들의 일상적인 연대를 위해 접근성을 염두에 두고 해당지역을 결정했다”고 4개 지역에서 지역연대사업을 하게 된 이유를 말했다.
▲지인웅 씨앤앰지부 지부장
각 지역의 프로그램 진행하려면 관공서의 행정적 지원도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강동지역에서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연대회의에 이은주 강동구청 비전정책관도 참석했다. 이씨는 “지금은 장소를 원활하게 대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김은선 희망연대노조 조합원
노조가 지역사회단체와 연대하려는 시도와 실천으로는 거의 최초에 해당하는 이 사업을 송민기 성북아동청소년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노풀연대’라 했다. 노동조합 또는 노동운동과 풀뿌리운동의 연대라는 의미다. 시작점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하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한 사람씩 늘어나고 지역에 지부를 두고 있는 다른 노조, 예컨대 공무원노조나 교직원노조와 함께 할 의사도 있다. 11월 1일, 성북지역에서 희망연대노조, (주)씨앤앰 등과의 협약식을 진행한다는 송민기 집행위원장은 “앞으로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으리라 예상한다. 하지만 하다보면 타지역에도 반향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라며 지역연대의 밝은 미래를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