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귀족’의 불면의 밤

[53호]

과로사회 2) 야간노동 (2) 표류하는 주간연속2교대
윤성희 | vpmiyu@hanmail.net 이 기사를 프린트하기 이 기사를 트위터로 보내기
2011.10.14 10: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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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A자동차공장 조립라인에서 야간근무를 마치고 온 김기훈(가명,36)씨는 커피 대신 물을 청했다. 커피는 이미 새벽에 세 잔이나 마셨다. 소화가 안 돼 야식을 안 먹었으니 빈속에 커피만 부은 셈이다. 위염이 악화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야간일 하는 사람이라면 늘 겪는 위의 통증보다 당장 오는 졸음이 더 고통스럽다. 옆 라인 누구처럼 위암만 아니면 다행이다. 
주야맞교대 근무를 하는 그는 격주로 야간조에서 일한다. 전날 저녁 8시 30분부터 잔업을 포함해 오전 7시 30분까지 일했다. 출근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 오전 9시. 이후 저녁 7시까지 출근버스를 타고 8시까지 출근한다. 밤새 2시간 일하고 15분 쉰다. 15분 동안 화장실에서 찬물 세수를 하거나 커피 또는 담배 한 대를 피운다. 

새벽 3,4시가 가장 졸립다. 차 한 대를 만드는 1분 20초 동안에도 머리가 멍하다. "뭐해?" 동료의 외침에 퍼뜩 정신을 차려보면 차 두세 대가 벌써 지나가 있다. 물량이 없어 차를 안 만드는 날에도 잘 수는 없다. 관리자는 교육이나 청소 등을 굳이 시킨다. 아예 잘 공간조차 없다. 알아서 몰래 빠져나가 어디선가 조는 수밖에 없다. “요즘 너무들 빠지는 거 아니냐”고 말이라도 나오면 이마저도 못 한다. 금속노조의 조사에 따르면 야간작업 중에 잠시 잘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제공되는 경우는 34.8%에 그쳤다.

김 씨는 2000년 기아차에 입사하기 전까지 중소기업에 다녔다. 역시 주야맞교대로 일했지만 그나마 융통성이 있었다. "거기선 야간에 1시간 30분 정도를 공식적으로 재워줬거든요. 일 좀 빨리 하면 두 시간씩도 잘 수 있었고. 그런데 여기는 그게 없더라고. 그런 부분이 제일 어려웠어요." 아예 야간조에서 빠지고 물량이 많은 2,3일 동안만 철야근무를 하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36시간을 내리 일했지만, 계속 야간 하는 것보다 훨씬 나았어요. 또 주야맞교대 하면 월-금을 밤에 일하고 익숙해질 참이면 또 낮 근무로 바뀌잖아요. 몸이 적응할 틈이 없죠. " 

그 시절까지 합치면 주야맞교대 20년차다. "단련은 돼 있다"고 그는 말한다. 몸의 말은 좀 다르다. 오전에 잠들면 오후 2,3시쯤 깨 버린다. 그 후엔 아무리 피곤해도 잠을 못 잔다. 못 자고 들어가는 야간근무만큼 고역이 없다. 퇴근버스에서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정류장일 정도로 피곤하지만 자면 안 된다. 인터넷이나 드라마를 하면서 오전 시간을 버틴다. 다른 일은 못 한다.
 "피곤하기도 하고, 시간 여유도 없고. 은행일 같은 볼일들은 주간 주 월요일에 하죠." 정오쯤 잠을 청한다. 최대한 방을 어둡게 하고 귀마개를 한다. 30분~1시간을 들여 청한 잠은 금방 깬다. "야간 때는 잠이 깊이 들진 않는 거 같아요. 잠이 잘 와도 일어날 땐 개운하지 않고...항상 피곤한 거 같아요. 주간은 그나마 낫죠." 

몇 년 전부터는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잔다. 작은 휴대폰 문자 알림 소리에도 깨 버린다. 아예 휴대폰을 꺼놓고 잔다. 한 번은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몇십 통이 들어와 있기도 했다. 통화가 안 되자 고향집 가족들이 발칵 뒤집혔던 흔적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에 걸린다. 그래도 감기약을 먹을 수는 없다. 약을 먹으면 일할 때 졸립다. "언제부터 그랬던 건지...제가 예민한 편이라...전 잘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예민하다고." 
이런 ‘개인적 특성’은 어쩌면 보편적인 고통인지도 모른다. 지난해 한 자동차공장 노동자가 수면장애로 산재 판결을 받았다. 김 씨는 그를 알고 지냈지만, 그토록 극심한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은 뉴스를 듣기 전엔 몰랐다.

 그와 비슷한 처지는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금속노조의 설문 결과, 응답자의 85%인 1492명이 한 가지 이상의 수면장애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모든 장애증상을 가진 경우도 533명, 심각한 단계에 이른 경우도 51명에 달했다.
이러한 수면장애의 핵심 원인엔 교대근무(심야노동)가 있다고 임상혁 원진노동환경연구소장은 주장했다. “수면장애는 그 자체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뿐 아니라 각종 신체질환, 불안장애,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암연구소(IARC)는 심야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006년~2011년 5월말까지 48명이 암으로 사망했고, 2009년 한 해에만 12명이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사망했다. 꼭 심야노동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완전히 부인할 수도 없다.  공장에서 1년에 한두 명씩은 돌연사를 당한다고 김씨는 전했다.     

건강이 나빠짐을 느껴도 방도는 없다. “가능하면 조치를 취해주면 좋겠죠. 회사나 노조나 서로 부담스러운 거 같아요. 증명할 방도가 없으니까. 수면장애로 인한 산재승인사례가 생겼다곤 하지만, 그 사람도 자기 돈 들여서 대법원까지 가서 겨우 이긴 거잖아요. 사람마다 신체조건도 다른데 무조건 산재승인 된다는 보장도 없고. 산재법 바뀌면서 이젠 근골격계나 퇴행성 관절염 같은 거도 불승인이 나는데 수면장애는 오죽하겠어요."

피로해지는 몸은 삶과 가족관계에서도 무력해진다. 부부 사이가 소원해져 이혼을 하는 경우도 본다고 이규호(가명, 46)씨는 전했다.
 “남편이 야간이면 생활 사이클이 다르니까. 부인이랑 낮에도 못 보고 밤에도 못 보고... 그러다 이혼하고. 그런 얘기도 들었어요. 지방 어느 동네  나이트클럽은 그곳 자동차 공장이 파업하거나 하면 방송을 해준대. 그럼 아줌마들이 쫙 빠져나간다고. 사실이든 아니든 실제 가족 보기가 힘들어요. 야간 주엔 가족이랑 뭐 하기도 힘들고. 피곤하니까 잠을 자든 못 자든 누워 있어야 되거든요.” 결국 일상은 '잠, 일, 술'로 채워지기 십상이다. 

김 씨도 이 씨도 임금을 적게 받더라도 주간만 하고 싶어 했다. "주간만 하는 부서가 좀 있는데, 신청하는 사람들 진짜 많아요. 너무 힘드니까. 제 경우엔 초과근무도 안 하고 싶어요. 참 이상하죠. 수당은 보장해주면서도 돈보다 잠을 선택할 자유를 보장 안 해주는 게.“(김)

주간연속2교대, 왜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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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제를 활용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는 43.7%다. 전체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이중 90.7%가 2조 2교대제를 한다. 이중 대부분이 심야 근로(24시∼06시)를 포함하는 주야2교대제다. 이들의 주당 실노동시간은 51시간이다. 전체 임금노동자에 비해 주당 1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11.9.19 고용노동부 실태조사) 산업 전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심각한 문제다. 이를 해소하는 측면에서 제기된 것이 주간연속2교대제다. 

사실 현대, 기아 등 완성차 공장과 몇몇 부품사 노사는 이미 2008~9년에 주간연속2교대를 합의했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초에 M/H협의회 등을 구성해 논의를 진행해온 바 있다. 기아도 노사공동위원회를 운영했고 내년 초 시범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래도 실질적 시행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큰 틀의 합의를 했더라도 물량 격차와 그에 따른 임금 격차의 조율, 외주공정의 경우 다양한 근무형태와 임금체계, 근무체계 변화에 따른 운영 시스템과 인력운용의 변화 등 수많은 세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현대차 M/H협의회에 참여한 이문호 노동혁신연구소장은 “큰 회사다보니 부서도 상당히 복잡하고, 그에 따라 형평성 문제, 임금체계 문제 등 1조직 내에서의 실질적인 문제 등이 발생한다. 그런 내부의 이해관계를 절충해가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아차의 경우는 노사공동위 논의 구조는 있어도 시행 합의서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한 관계자는 “논의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지만 실질적 접근은 잘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만일 합의가 된다면 현대차 합의사항을 굉장히 모방하겠지. 실질적 연구는 현대에서 많이 했어. 노사 양쪽이. 기아는 거기서 받아서 하는 거야 논의 자체를. 그래서 2교대 논의를 현대를 못 뛰어넘지. 한계가 있지. 노사협의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라고 전했다.

또 논의를 어렵게 하는 내부적 요인에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생산능력 유지와 임금 보전’이라는 쟁점이 있다. 
애초 ‘노동시간을 줄이고 고용안정, 건강권을 확보한다’는 노사합의를 가능케 했던 데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생산량이 줄어들었던 배경과, 이후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 가능성, 노동자들의 고령화 등이 작용했다. 실제 지난해 9월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한 두원정공도 물량이 점점 줄어드는 사양산업장이었고, 생산량을 유지하고 임금은 월 통상O/T 30시간을 인정하는 월급제를 도입하면서 생산성향상과 임금보전을 교환했다. 그러나 완성차공장들은 생산량이 줄지 않았고, 노사는 당장의 물량/임금 손실을 서로 피하려 했다. 논의는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완성차노조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 노조가 주장한 실노동시간 단축과 건강권 확보라는 목표가 점점 흐려지고 생산량-임금보전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3무 원칙(3無, 임금삭감 노동강도 강화, 고용/복지 불안이 없는)이 처음부터 쟁점이 돼버리니 더 협의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다고 한발 물러설 수도 없다. 실제 현장에서 이건 굉장히 첨예한 문제다. 어느 정도의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고 합의하자고 하면 조합원들의 엄청난 저항이 있을 거고, 활동가들은 사측과 타협하는 거냐고 원칙적인 문제를 제기할 거다. 합의하는 순간 불신임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집행부는 접근을 못 하는 거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러한 고민이 정리되지 않는 한, 자동차업계 전반의 논의 또한 더뎌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 현대, 기아차의 완성차 공장이 동시에 제도를 시행하지 못하면 현대, 기아차에 공동으로 납품하는 다수 부품사에서도 주간연속2교대제의 도입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직서열 납품사를 제외하면 상당수의 부품사가 자체적인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이 가능하다고 금속노조는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유성기업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완성차 사측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품사 노사문제에 개입함으로써 대부분의 부품사들이 “현대차 시행 후 3개월내 노사간 논의 후 시행방안을 마련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고, 그로 인해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장 안의 '각개격파' 벗어나야

이러한 상황에 대해, 완성차 노동자들과 금속노조를 비롯한 노동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영철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일차적으로는 현대-기아차가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에 대한 동일한 출구전략을 마련하여 시행해야 한다. 나아가 주간연속2교대제의 도입은 단순히 기업단위 또는 원하청 공급단위의 문제뿐만 아니라 자동차제조업 전체의 근무형태 및 고용에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단위를 뛰어 넘는 산업적 논의구조의 마련이 절실하다. 일차적으로는 따라서 금속노조, 완성차사를 대변하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 부품사를 대변하는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KAICA) 3주체가 모여 자동차산업의 발전전망과 산업적 의제들을 논의하는 가칭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문호 소장은 “논의가 더 진전되려면 노동자들도 어느 정도의 ‘내적 유연성’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환배치의 유연화 등으로 일자리 나누기와 임금 평준화를 이루는 식으로, 물량이나 임금 보전에 대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정부의 역할도 촉구했다. “기업 단위에만 맡기지 말고 정치적인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노동시간 단축엔 복지제도, 단위기업 쇄신 등 교육, 복지, 노후, 생계 보장에 대한 사회적 배경이 필요하다. 고용 불안 이데올로기는 사실 공장 안에서보단 삶이 불안정하다고 느끼게 하는 바깥의 영향이 더 크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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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동계가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자본 입장에서는 양적 생산에서 이젠 주어진 시간 안에 물량을 맞추는 방식으로 교대제 변경을 추진하려는 자기 계획과 전략이 있다. 그런데 노동계는 3무만 고수하면서 야간노동을 안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투쟁계획도 못 낸다. 조건이 후퇴하는 걸 두려워하면서 무엇을 쟁취할지 명확히 선택하지 못하니 자꾸 선택을 미룬다. 금속노조 차원에서든 지부 현장조직 차원에서든 선택, 결정하고 구체적 제도화를 협의해야 하는데 다 못 하고 있는 거다.” 

여기서 한 완성차공장 노조 간부의 반성은 의미심장하다. “처음엔 나도 반대했지만 최근에는 다소 임금이나 노동 강도를 다소 양보하더라도 주간연속2교대제 합의부터 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사실 다른 데 비하면 엄청난 고액을 받고 있는 건데, 임금이 적어서 못 살겠다고 하는 건 틀린 거고, 그보다는 밤샘일, 잔업과 특근에 얽매인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는 얘기를 같이 해야 하는 것 같다.” 

주간연속2교대제의 시행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어야 할까.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를 감내하고 있는 과로사회 한국에서, 노동자들이 “잠 좀 자자”고 외치기 시작했다. 주간연속2교대제의 시행 역시 일단은 ‘보다 인간적인 노동’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인터뷰] 완성차가 심야노동 안 하려면 "전 사회의 노동시간 단축"을 얘기해야 
이종탁 산업노동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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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공장의 경우 복잡한 이해관계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는데.

:한 달에 특근이 100시간 넘는 노동자가 있단 말예요. 12시간 맞교대 사업장도 아직 있고. 그런 데 노조 간부나 활동가가 가서 우리가 당신 일자리 보전해줄테니 계속 12시간 일하시라고 할거냐, 아니면 이때까진 고용 지키기 위해 12시간 일했지만 이제는 8시간만 일하고 4시간은 신규채용으로 열어놓자, 이렇게 설득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꿔갈거냐, 선택하는 문제예요. 여러 다양한 입장이 있다는 건 거꾸로 얘기하면 지도부와 간부들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노조 차원에서의 전략전술을 안 세우고 있다는 표현이죠. 


* 그렇다면 노조는 ‘전략적 선택’의 포인트를 어디에 둬야 할까.

:80년대였다면 임금, 90년대면 고용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겠죠. 하지만 지금 야간노동 문제가 제기된 이유들 중 핵심은 ‘평균연령 40대를 넘는 노동자들이 야간노동까지 하는 건 일찍 죽자는 얘기다. 그렇게 살 수는 없는 거 아닌가’ 하는 거였죠. 그래서 현장에서도 교대제 개선에 꽤 반응했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이런 상화엥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건강, 안전, 밤에 잠 좀 자자는 걸  얘기했단 말에요. 임금보다. 그럼 일차적 초점은 ‘‘야간노동 안 하면서 건강히 살 수 있는 생산현장을 만드는 거’란 말이죠. 그럼 저는 임금 문제는 좀 양보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노동강도 문제도 단위시간당 생산량이 늘더라도 과한 노동강도 강화로 귀결되지 않는 시스템을 추후에 더 연구할 수 있고. 이렇게 한 발 양보할테니 사측도 양보하라는 발상이 필요하지 않나. 고용불안만 계속 말하고 있으면 사실 고용을 지키는 것 외에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어요. 

* 현대차가 준비하고 있는 2교대제가 다른 부품사, 중소기업 등에도 긍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까.

:단품을 생산하거나 자기 물량 만들어 납품하는 회사면 상관없겠지만 서열화, 모듈화에 걸려 있는 하도급 외주업체는 완성차공장과 동시적으로 같이 변경해야 할 겁니다.
단 이 문제는 현대기아차 노사의 합의사항만으로 다룰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완성차에서도 국가적, 산업적 차원에서도 부품사의 교대제 변경 문제를 같이 다뤄야 합니다. 완성차가 이익을 독점하고 대부분의 부품사들이 이윤율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황인데, 개별로 비용을 부담하면서 교대제 변경을 받아들일까요?잘못하면 여러 형태로 구조조정을 유발할 수도 있죠. 부품사 노사가 공히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금속노조가 이 문제를 틀어쥐고 완성차들의 교대제 논의과정에서 자동차산업 전반의 교대제 개선 문제를 제기하고 다뤄야 한다는 거죠.  

* 이 문제에 있어 노조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제기를 받지만, 한편 노동자들은 그에 상당히 완강하다. 이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보나.

: 저는 별다른 사회안전망 없는 한국사회에서 대기업과 대기업 노조가 말하는 유연화, 안정화는 둘다 결국 기업 내부에 국한되는 거라 봐요. 기업 내부에서의 유연화란 결국 사내하청, 비정규직 고용하는 건데 그건 유연화가 아니고 양극화죠. 한편 기업 내의 안정화란 결국 대기업이 중소영세기업에서 착취한 돈을 대기업 정규직의 고용, 임금, 복지를 챙겨주는 구조가 되는 거죠. 그것들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조가 얘기하는 유연화는 기존 4,50대 남성 정규직의 노동시간을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여서 고령, 청년, 여성의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할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규직이 10시간 하던 걸 8시간 일하고, 자기는 10시간 임금 다 받으면서 나머지 일에 대해서는 4시간, 6시간, 10시간짜리 일을 만들어 비정규직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얘기한다면 그건 양극화죠. 기업 내에서의 분배구조만을 고집하는 상태에서 유연화를 하자고 하는 건 기업담합적 구조를 만들 위험이 있죠. 2교대 논의에서 어떤 것이 유연한 대응인지에 대해 얘기를 했으면 해요. 
두 번째로 반드시 국가적, 정치적, 사회적, 산업적으로 복지, 사회안전망에 대한 논의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같은 것을 갖추는 논의가 반드시 국가, 정치, 사회, 산업적으로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노도 사도 그런 노력을 안 하고 자꾸 기업 내부적인 문제로만 정리하려고 하고 있지 않냐는 문제의식이 듭니다.

* 심야노동, 주간연속2교대제 문제를 개별 기업만의 문제를 벗어나 사회적 의제로 확장시키려면 노동계는 어떤 고민과 전략을 가져야 할까. 

: 단순하게는 인간다운 요소겠죠. “잠 좀 자자.” 건강이라는 화두는 현대차 40대 노동자들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화두입니다. 특히 제조 조립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관건이죠. 다만 완성차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처럼 뭔가 ‘피해받는 약자’로서 권리를 요구하는 컨셉으로는 사실 사회적 동의를 얻거나 감동을 주기 어렵다고 봐요. 이젠 “우리만 갖던 것들을 나눠 갖자”고 해야죠. 대기업 노동자들이 자기 투쟁을 통해 여기까지 왔지만, 국내외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어느 정도 기반을 형성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달렸더니 다들 근골격계 환자고, 집에 돈 벌어다 주는 기게가 돼 있는 거죠. 이제 그런 삶을 벗어나자. 완성차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에 있으니 먼저 돌파구를 열겠다. 중소영세하도급 노동자들도 같이 가자. 이런 패러다임으로 얘기하지 않으면 결국 ‘너희는 돈 잘 벌어서 야간노동도 안하고 참 좋겠다’ 이런 비아냥을 피하기 어렵겠죠. 
얼마 전 언론에서 한진중공업 경비용역 대학생이 그랬죠. “한진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당해 고생하는 건 알지만 나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용역 알바 해야 한다.”고. 이게 우리 사회가 만들어내고 있는 정말 처참한 현실입니다. 실제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문제만 해결한다고 청년실업, 대학등록금 문제 해결 안 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완성차 노동자들의 심야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 사회의 노동시간이 단축되어야 합니다. 야간노동을 줄여서 4,50대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살고, 또 한 쪽에서는 청년 등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고. 완성차와 중소영세 부품사가 함께 이런 구조를 가져가면서 산업 내에서 이윤이 공평하게 재분배되는 구조를 만들자. 그렇지 않으면 자본들은 계속 권리를 줬다 뺏었다 할 겁니다. 이런 부분을 좀더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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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이중생활, 노풀연대가 해결한다 [54호]
[현장] 강동, 성북, 구로, 남양주 지역시민단체와 연대를 실천하는 희망연대노조

사회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아동·청소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심리 정서 지원을 위해 지난 10월 19일, 희망연대노동조합과 강동희망키움...
정송이 기자
| 201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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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읽고 기부도 하는 1석2조 프로젝트 [54호]
[현장] 부천청년네트워크 거리의 서점

“아는 형님이 술집을 냈대요. 여기가 괜찮다 해서 내보고 저기가 잘된다 해서 가게 차려 봤는데 벌이가 시원찮대요. 요즘 경기가 이렇다 저렇다 해도 부천역 ...
이호준 기자
| 201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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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의 파업, 이틀만에 이겼죠” [54호]
[현장탐방] 화섬노조 한국메디칼사푸라이지회

“파업 함 해야지 지회장이라카든데... 말이 씨가 되어버렸어” 전국화학섬유노동조합 한국메디칼사푸라이지회 김혜숙 지회장이 수줍게 웃는다. 언론에서 취재 와서 ...
이호준
| 201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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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로 24시간 [54호]
[과로사회3] 감정노동(1) 웃느라 병드는 음식점, 마트 노동자들

패스트푸드점 알바생의 점심시간 낮 12시다. A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김유정(20,가명)씨는 허리를 곧추세운다. 피크타임이다. 몰려오는 인근 직장인들을 향해 크...
윤성희
| 201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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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귀족’의 불면의 밤 [53호]
과로사회 2) 야간노동 (2) 표류하는 주간연속2교대

오전 9시, A자동차공장 조립라인에서 야간근무를 마치고 온 김기훈(가명,36)씨는 커피 대신 물을 청했다. 커피는 이미 새벽에 세 잔이나 마셨다. 소화가 안 돼...
윤성희
| 201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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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서른살 선영씨들, 학교에서 만나요" [53호]
[현장] 1회 시민교육박람회에서 만난 '청년노동자학교'

청년노동자학교 부스와 팀원들. 갈등조절교육, 다문화인권교육, 지역사회 공동체교육, 인문학코스, 5·18사적지 해설사 육성코스... 시민의식과 공동체성을 기르는 다...
윤성희 기자
| 201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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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반성문 쓰라 해서 머리띠 다시 묶었다 [53호]
SC제일은행 노조, 장기파업 그 이후

지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SC제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8월 31일, 하루 파업을 단행했다. 보신각에서 진행된 파업에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2,300여 명의 조...
글 정송이 기자 사진 SC제일은행 지부 제공
| 201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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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53호]
[현장] ‘엘리트 서비스’반대, 임금인상 투쟁에 나선 오티스엘리베이터노조

‘지난 9월 22일 다음 카페‘대전 직딩 모임’에 ‘엘리베이터에 갇힌 날’이라는 장문의 고발글이 올라왔다. 대덕테크노벨리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글 사진 정송이 기자
| 201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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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지않고 꾸준히 조합원을 향해 다가가겠다” [53호]
- 대우조선노동조합

차로 30분을 달리자 조선소의 끝이 보였다. 세계 최고 크기의 단일 독(dock)을 갖고 있는 조선소답다. 바다위에 떠있는 플로팅 독(floating dock)에서는 70m높이...
이호준 기자
| 201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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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다큐 대신 ‘언론의 4대강’을 막겠다 [53호]
[현장인터뷰]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지난해 KBS 새노조(언론노조 KBS본부) 파업현장에서 만난 그는 연실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파업을 좋아하는 강성이어서? 입이 있어도 열 수 없었던 입이 뚫려서...
글 신정임 기자 lworld.sji@gmail.com / 사진 윤성희 기자
| 201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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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밀고 경남도가 당기고 [52호]
전국 최초의 노관 합작 경남비정규지원센터

지난 7월 28일에 개소식을 진행한 '경남비정규지원센터'는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와 민주노총이 함께 연 비정규센터다. 경남도청이 예산을 지원하고 민주노총이 ...
정송이 기자
| 201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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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 삭감 후엔 전 사회의 임금이 깎일 것" [52호]
[현장인터뷰] 성낙조 금융노조 부위원장

2000년 7월 11일 금융노조의 총파업은 한국 노동운동사에 기록될 사건이었다. 수 만 명의 금융 노동자가 관치금융철폐를 요구하며 연세대에 집결했고, 결국 관치...
인터뷰 이춘자 발행인 nodmz@hanmail.net 정리 김조경민
| 201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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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노동자들이 '무노조 삼성'의 벽을 깨기까지 [52호]
7월 12일 삼성노동조합 설립한 4인 인터뷰

세 명의 주방장과 한 명의 식당 매니저가 ‘무노조 경영’ 삼성의 단단한 벽을 깼다. 지난 7월 12일 창립한 삼성노동조합(위원장 박원우)을 만든 삼성에버랜드에서...
신정임 기자
| 201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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